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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나빠지니 복날이 코앞인데도 이렇게 손님이 없어요."16일 정오께 찾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 개고기 골목은 한산했다. 대부분 보신탕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일부 식당만 메뉴판에 '개'라는 단어를 지운 채 '전골', '수육' 등 애매한 명칭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른바 '개식용종식법'이 지난해 제정된 가운데 보신탕 가게들은 대목인 복날을 앞두고 위축된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개식용종식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판매할 경우 최대 3년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7년 2월7일부터 적용된다.

37년간 보신탕 가게를 운영해온 배현동씨(79)의 가게에도 손님이 한 팀밖에 없었다. 한때는 복날이 다가오면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했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손님이 뚝 끊겨 직원을 내보내고 아내와 운영 중이다. 배씨는 "해당 법이 전 정부 때 만들어진 만큼 혹시나 (법이) 바뀔 수 있을까 싶어 식당을 아직 접지 않았다"면서도 "개고기에 대한 인식이 워낙 좋지 않아 현실적으로 가게 명맥은 끊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개고기 도소매 가게 앞 유리 진열대에는 쌀 포대 등으로 가려놓은 개고기가 보이기도 했다. 개고기 600g당 가격은 8500원. 과거 복날 땐 600g당 가격이 1만원을 넘기기도 했지만, 수요가 감소하며 수년째 그대로인 가격이다. 이마저도 점심시간 내내 개고기를 찾는 이들은 볼 수 없었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0월 '개식용종식 기본계획'을 통해 이들 업체 측을 대상으로 폐업 비용에 최대 400만원, 식육 종류 변경 시 최대 25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보신탕 가게들은 업종을 전환하거나 폐업하기도 막막한 실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한 보신탕 가게 업주는 "이 돈 갖고 뭘 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실효성 있는 지원은 이후 생계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일부 보신탕 가게는 염소 고깃집으로 업종 전환을 추진 중이지만, 수년 새 염소 가격이 급등했다는 점이 난관이다. 염소 고기는 개고기와 비슷한 맛으로 개고기 애호가들 사이에서 대체 음식으로 꼽히고 있지만, 도매가가 크게 오르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흑염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산지 거세 염소 가격은 1㎏에 1만9000원으로 2021년 7월(1만3000원) 대비 46% 올랐다. 염소 고깃집으로 업종을 전환한 박모씨는 "고기 가격이 너무 올라 팔아도 남는 게 없다"며 "폐업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개고기 산업은 이미 수년 전부터 불법성이 지적돼 왔으나 (개고기 업체가) 계속 영업을 이어온 것"이라며 "개고기 금지는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잔인한 식용 산업을 용인할 수 없다는 시대적 흐름에 따른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유예기간 동안 실효성 있는 폐업 유도 방안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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